진보네트워크센터 2018년도 정기총회

1) 총평

2017년은 지난 10년간 누적된 기술팀의 문제가 드러난 한 해였다. 아주 오래된 플랫폼 사업모델에 더하여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젝트 사업을 병행하면서 노동 여건이 열악해졌다. 그 과정에서 내부 활동가 간의 의사소통 구조도 수직적으로 고착화 되어 비민주성을 드러내었다. 타 단체들과 계약관계가 형성되면서 연대에 기반한 네트워크라는 정체성에 혼란이 야기되었다. 이에 활동가로서의 성취감보다 헌신을 강요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활동가들의 스트레스는 더 높아졌다. 이러한 문제들이 표면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2017년은 기술팀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도모하는 데에 집중했다. 또한 2017년은 내부적 문제 이외에도 활동가 1인이 안식년을 가지는 등 활동력이 약화되어 2017년 기획된 사업 중 일부만 수행되었다.

구조적 문제에 대한 평가

첫째, 지난 10년간 기술팀은 오래된 플랫폼(공동체, 블로그 등) 서비스 유지 보수와 호스팅 업무는 기본이고 쏟아지는 사회운동 이슈에 대한 대응은 물론 재정 프로젝트도 수행해야 했다. 그 결과 기술팀이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결국 야근이 만성화됐다. 새로 들어오는 모든 상근자들이 기존 서비스의 정리를 주장했지만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관철되지 못했었다.

둘째, 바쁜 스케줄 속에 사회운동 이슈에 결합하는 등 활동이 늘어날 때마다 오래된 활동가들이 당연시하거나 중요시하는 ‘운동적 의미’가 토론되고 공유되는 과정이 없었다. 의사소통의 부재는 하향식 결정 구조로 귀결되곤 했다.

셋째, 사회운동 이슈에 결합할 때 우리는 '연대 사업'이란 범주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진행 과정은 일반적인 구매자-판매자 관계와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처음 호스팅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갑-을 관계가 아닌 '연대의 네트워크'란 관계 설정에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경과하며 서비스 용역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활동 방식 때문에 구매자-판매자 관계가 되곤 했던 것이다. 고객의 위치에서 제기되는, 때로는 부당한 요구를 상근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졌다.

넷째, 기술팀이 작업하는 방식은 정책팀이나 보통의 인권단체와는 전혀 다르다. 캠페인을 성공시킨다거나 정책을 바꿔낸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활동 모델에, 책상 앞에 앉아 활동하는 방식에서 활동가로서의 보람을 찾기 어려웠다. 또한 오래된 활동가들과 달리 신입 활동가들은 활동을 통해 다른 인권활동가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는 등 한국 운동 사회에의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신입활동가들은 기술팀이 하는 일이 사회운동이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운동단체로서, 또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다섯째, 한정된 역량으로 기존의 서비스를 유지·운영하는 것도 벅차하는 상황에서 변화하는 기술적, 사회적 환경에 조응하는, 그래서 기술팀 활동가들이 흥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의 영역이나 방식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 파악에 기반하여, 기존에 기술팀이 수행하던 사업들을 전면적으로 평가·점검하여 정리해야할 사업 부문과 향후 진보넷이 집중해야 할 사업에 대한 전망을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활동가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인 전망은 국내외의 기술적, 사회적 변화에 대한 검토와 좋은 모델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에 2018년에는 이러한 검토와 연구를 위한 시간을 갖고 향후 10년의 전망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2) 주요 서비스 이용 현황

• ▪ 최근 6개월 이내 로그인한 적 있는 진보넷 아이디: 1025
• ▪ 회원 호스팅 : 301 개 (무료계정 제외)
• ▪ 최근 6개월 이내 블로그 포스팅 한 블로거 : 119 명
• ▪ 메일 활성화된 이용자: 2558 (최근 6개월 이내 로그인 한 메일 사용자: 605)
• ▪ 평가
  • ▪ 블로그 서비스의 경우, 전체 블로그스피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 진영 내에서 존재감도 가지지 못하여 이 상태로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 ▪ 메일 서비스는 일정 정도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의 질보다는 심리적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 공동체 서비스는 서버만 유지할 뿐 일체의 추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일부 사용자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3) 소셜펀치

전체 후원자 수가 늘어난 것은 군인권센터의 모금함 '동성애자 군인 색출 사건'의 후원자만 3032명에 달하는 등 특정 후원함이 선전했기 때문인데, 전체적인 후원함 개수는 감소하고 있다. 각 단체들이 소셜 펀딩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지 판단된다.

4) 사무금융노조 단체협약 데이터베이스 제작

2015년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단체협약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노동조합으로 프로젝트를 확산시키게 되었다. 전국사무금융노조와 정식 프로젝트 계약으로 2017년 연초부터 개발을 시작해 연말에 개발이 마무리되었다.

5) 민변 디지털도서관 추가 개발

2017년 개발 완료된 디지털 도서관이 실제로 운영되며 민변 측에서 몇 가지 기능 추가를 요청해 추가 작업을 수행하였다.

6) 미래기술 학습 및 비판적 대응

유토피아적 4차 산업혁명 담론에 대한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목소리를 내고, 기술적인 실천을 위한 준비로 인공지능, 빅데이터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